당신을 버리겠습니다
강자 앞에서 당당하고
권력 앞에서 비굴하지 않으며
가난 속에서 초라하지 않기가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지 잘 알면서도
권력 앞에서 떨고 강자 앞에서 쉬이 무너지며
가난 속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못난 나이기에
그 어렵고 두려운 길을 헤쳐 온 당신에게
감히 희망이란 이름으로
너무도 무거운 짐을 지게 했습니다.
보호라는 굴레 하나 없이 잡초처럼 살아온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가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얼마나 서럽고 치열한 것인지 알기에
당신이 가는 거칠고 외로운 그 길 위에
보잘것없고 힘없는 나는
그저 이름 없는 촛불 하나 밝혔습니다.
정치가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사는 세상에 빛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을 갖게 한 사람...
당신은 내게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원하시면
나는 당신을 버리겠습니다.
그것으로 그토록 날카롭고 차갑고 모질게도 치욕스럽던 순간들이,
신념과 소신으로 견뎌왔던 당신의 지친 두 어깨가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가벼워진다면
그리 할 테니 훌훌 털고 훨훨 날아가십시오.
그저 부드럽고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십시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수없이 버릴지라도
당신이 보여 주신 그 길은
언제나 내 마음의 지도가 될 것입니다.
강자 앞에서 권력 앞에서 가난 속에서
한없이 약해지고 초라해질 때마다
반짝이는 별이 될 것입니다.
자꾸 눈물이 나지만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바람결에 띄웁니다.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2009. 5. 28.
봄의 끝에서 당신을 배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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