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필요한 것
초등학교 미술시간. “오늘은 여러분 마음속에 생각나는 것을 그려보세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피카추, 장수벌레, 분홍토끼 등을 그리는 아이들 속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스케치북에 까만색만 열심히 칠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근심스럽게 바라보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교무실에 다른 선생님들께 보여주면서 함께 걱정을 합니다. 아이는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시간에도 계속해서 같은 그림만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그 그림을 들고 아이의 집으로 가 부모님을 만납니다. 부모들도 아이의 행동과 그림을 보면서 걱정을 하는데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까지 계속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병원에까지 가 의사를 만나지만 아이는 자신이 뭘 그리고 있는지 말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화지에 까만색만 칠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아이의 이상행동에 전문가 의사들이 총동원 되지만 아이는 병실 안을 다 채울 만큼 계속해서 종이에 검은색만 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고 병원에 있는 아이의 빈자리에 앉은 선생님은 아이의 서랍에서 퍼즐을 발견합니다. 순간 번뜩 머리에 무언가 스쳐간 선생님. 병원으로 가는 그 시간, 아이를 지켜보던 간호사는 도화지 한쪽의 흰색부분을 남기고 검은색을 칠한 그림을 발견하고 아이가 그린 그림을 몇 장 맞춰보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발견한 간호사가 의사에게 뛰어가고 마침내 아이가 그린 그림을 전부 들고 큰 강당에 모인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님까지 합세해 아이가 그린 그림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가운데 빈칸 하나만을 남겨놓고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완성되는 바로 그 순간! 나머지 한 칸의 빈칸이 클로즈업 되고 아이는 검은색을 칠하던 손을 멈추고 마지막 장의 그림을 듭니다. 그리고 “아이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데는 어른들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깔립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공공광고기구(AC)에서 만든 어린이재단의 광고내용입니다. 무려 1분 30초짜리로 광고로서는 파격적이지만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 광고는 보는 이의 감정을 천천히 고조시키기기도 하고, 아이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아이들의 넘치는 창의력과 가능성에 울컥하기도 하고요.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을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광고였습니다.
(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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