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의 부활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는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이 남아 있습니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모여 강을 이룬다고 해서 삼강이라 불린 이곳은 예전에는 멀리 김해에서 올라오는 소금배가 올라와 보부상들로 북적이던 곳이랍니다. 바로 이 나루터 곁에 200살이 넘은 회화 나무 그늘 아래 바로 삼강주막이 있습니다. 삼강나루의 나들이객에게 허기를 면하게 해주고 때론 보부상들의 숙식처로 때론 시인 묵객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사랑받던 곳이지요. 1900년경에 지어진 이 주막은 건축 자료로서의 희소가치를 지니고 있어 뒤늦게나마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오랜 세월 주막을 지켜오던 주모가 2005년 세상을 뜬 후 군에서는 이곳의 역사적 의의와 문화적 가치를 기리기 위해 이 일대를 공원화 했다고 합니다. 하여 주모가 세상을 뜬 후 안타깝게도 덩그러니 자리만 지키던 주막도 새롭게 복원하여 공모를 통해 뽑은 새로운 주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도 하고요. 2009년까지는 주막 옆의 나루터도 복원하고 나룻배를 띄워 이곳을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라니 다 복원이 되고나면 더욱 찾아가 볼 만한 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열여섯에 시집와 꽃다운 열아홉 나이에 주모가 되어 반세기 전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드센 나루터에서 5남매를 길러냈다는 옛 주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도 글을 몰라 흙벽에 가로 세로로 그어 놓았다는 그녀의 외상장부는 오래도록 남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낙동강 1300리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이 부활된다니 왠지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지네요. 단지 지난 시절의 향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 아닌 옛 사람들처럼 주막에 앉아 고된 세상살이의 시름을 한 잔 술에 털어내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 듯 고단한 삶을 다시 이어가는 그 질기고도 모진 삶을 향한 경건함과 야무진 마음을 담아 올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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