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개숙인 밥상

2me4you 2008. 11. 5. 16:38

고개 숙인 밥상 

 

식당에서 밥을 사먹다 보면 반찬을 더 달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정말 반찬이 부족해서 더 달라고 할 때도 있지만 가만 살펴보면 다른 반찬은 그대로 있는데 어느 특정 반찬만 빨리 없어져서 그런 요구를 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대개 그런 경우 특정 반찬을 좋아하거나 맛있다는 이유로 다른 반찬 보다 더 많이 먹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처음엔 저도 부족한 것을 더 채워달라는 요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스님이 쓰신 글을 읽은 후 부터 그런 제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밥상 앞에 여러 가지 반찬이 있는데 유독 한 가지만을 많이 먹는 것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좋지 않거니와 다른 반찬을 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니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먹은 그릇을 깨끗이 설거지 하면서 비우는 스님들의 공양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은 음식들로 버려지는 엄청난 쓰레기를 생각하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더 달라는 요구 없이 있는 반찬으로 밥한 그릇을 다 비우고자 노력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이미 좋아하는 음식에 길들여진 간사한 입맛과 내 마음 다스리는 일도 버거운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 때는 더욱이 어쩔 수 없는 일이 되고 마니까요. 게다가 음식을 푸짐하게 담아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네 정서 탓에 어쩌다 반찬을 조금씩 담아주는 식당을 만나면 인심이 사납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사서 먹는 아이티아이들의 충격적인 영상을 본 뒤로 우리네 밥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지구 저편의 남의 나라 일이지만 말도 못하는 아이들이 먹을 게 없어서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그것도 돈을 주고 사서, 그마저도 하루에 한두 개밖에 못 먹는다는 사실을 보고서는 가슴이 먹먹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죽 먹을 게 없으면 진흙에 마가린과 소금을 넣어 쿠키를 만들어서 팔고 있을까요? 그에 비하면 너무도 풍족한 우리네 밥상 앞에서 자꾸만 고개가 숙여집니다.   

(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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