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슨 소리? 내가 더 행운아다!

2me4you 2008. 11. 5. 16:38

무슨 소리? 내가 더 행운아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몸으로 대학 강단에 선 교수가 있습니다. 강의를 한지는 1년이 지났지만 뒤늦게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신마비가 된 몸으로, 더욱이 같이 있었던 제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을 뒤늦게 알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생각을 못하고 있던 차에 같은 대학의 교수가 학술상 기금으로 받은 상금 전액을 그에게 기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학교에서는 그를 다시 교단에 서게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그 역시 다시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교수로부터 나눔의 혜택을 받은 그는 출퇴근에 용이한 특수 차량을 구입한 나머지 돈을 죽은 제자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이 훈훈한 미담을 알리려고 했으나 앞서간 제자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본인이 한사코 만류를 했다지요. 그러다 올해 초 이 일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제자의 이름으로 된 장학금의 첫 수혜자가 나오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덕분에 그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라 불리면서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늘 빼놓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프랑스의 마리 브루라는 부인의 홈페이지라고 합니다. 올해 67세인 마리 브루 여사는 52세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현재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도 없고 스스로 호흡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감각기관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오른쪽 뺨에 센서를 달아서 컴퓨터를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오른쪽 볼로 휠체어를 움직이고 음성인식 장치가 된 마우스를 이용해 입으로 훅훅 부는 바람과 영어로 컴퓨터를 실행시키는 그이지만 뺨에 달린 센서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부인의 모습이 어찌 경이롭지 않았겠습니까? 우연히 이 부인의 홈페이지를 발견한 그는 ‘당신을 보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말도 할 수 있고, 숨도 쉴 수 있으며, 맛있는 음식도 느낄 수 있다. 당신은 내게 큰 용기를 줬다’는 메일을 보냈답니다. 그랬더니 브루 부인이 ‘무슨 말이냐. 나는 당신 나이에 날아다녔다. 그러니 내가 더 행운아다’는 답장을 보냈다나요. 그 메일을 받고 그는 한참을 웃었답니다. 44세에 사고를 당한 그에게 자신은 52세에 병에 걸렸기에 더 많이 세상을 누볐다는 것이었지요. 이분이 바로 서울대의 이상묵 교수입니다. 이 교수의 소망은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IT를 알리는 일에 힘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 큰돈이 드는 일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하네요. 내일이 없을 것 같은 암담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 이상묵 교수와 마리 브루 여사가 진정 존경스럽습니다.

(2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