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건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

2me4you 2009. 4. 19. 00:07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갖가지 끔찍한 사고의 소식에 익숙해져야 했다. 지하철에서 방화 사건이 생기고 멀쩡했던 건물과 교량이 무너지는 등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났다. 지난 1970년 4월 8일에 붕괴되어 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와우 아파트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 시장이 추진했던 시민아파트로 사고 이후 서울 시장이 경질되고 마포구청장은 곧바로 구속되었다. 착공한 지 6개월 만에 완공된 아파트가 준공한 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붕괴된 것이다. 끔찍한 사고 뒤엔 갖가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간발의 차로 화를 면한 사람의 이야기다. 아래는 당시 사고 후 모 일간 신문에 게재된 기사다.

와우 아파트 15동 401호에 살던 이영희(34·상업) 씨와 부인 오부자(29) 여인 장남 재호(3) 군 등 한 가족 3명은 7일 방을 도배해 놓고 13동 404호에 사는 처형 오선옥(37)씨 집에 가서 자다 화를 면했다.
그런가 하면 부상당한 허준양(19) 군은 14동의 김명선 씨 집에 하숙하다가 지난 3일밤 14동이 무너질 우려가 있어 고향 사람인 15동 106호 백현주 씨 집으로 대피해서 잠자다가 오히려 화를 당했다.

도배 덕택으로 살아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 확실히 ‘운’이라는 것은 실재하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