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환골탈퇴
일반적으로 덩치가 큰 동물이 덩치가 작은 녀석들보다 오래 살고, 전반적으로 조류가 포유류에 비해 오래 산다고 합니다. 세상에 알려진 수명이 가장 긴 동물로는 100년 이상을 산다는 거북이가 대표적입니다. 또 거북이만큼은 아니지만 백조는 100년, 앵무새는 80년, 코끼리는 60~80년을 산다고 합니다. 물론 이 데이터는 동물원에서 키워지는 동물들의 데이터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사고나 질병, 포식동물의 먹이 등의 이유로 최대 수명에 이르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수명을 측정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독수리는 보통 40~50년을 사는 데 비해 야생에 사는 강한 놈의 경우엔 30년 정도를 더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독수리가 목숨을 건 환골탈퇴를 선택해서 새롭게 거듭나기 때문이라는데 그 과정이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독수리는 40세 정도가 되면 발톱은 안으로 굽어진 채로 굳어지고, 부리는 가슴으로 구부러져 먹이를 낚아채기 힘들어집니다. 또한 깃털은 두꺼워져 노쇠한 독수리가 날아다니기조차 힘들 정도로 무거워집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독수리는 먹이를 구하지 못해 그대로 죽거나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새롭게 거듭나거나 하는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주어진 자신의 처지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거듭남을 택한 독수리는 150일 동안 산꼭대기의 절벽 끝에 바위틈으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절벽의 바위틈으로 들어간 독수리는 자신의 부리가 없어질 때까지 바위에 대고 칩니다. 그리고 새로운 부리가 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에 새 부리가 나면 이번에는 자신의 부리로 낡은 발톱을 모두 뽑아냅니다. 시간이 지나 발톱이 다 자라면 이제는 낡은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냅니다. 그리고는 깃털이 다 자라날 때까지 오로지 이슬방울만 먹고 조용히 견뎌냅니다.
5개월이라는 이 혹독한 시간을 버텨낸 독수리는 마침내 새 부리, 새 발톱, 새 깃털을 얻어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른다고 합니다. 이토록 모질고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독수리는 무려 30년이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2의 삶을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지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지금 흔히 인생 2모작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삶의 고통 앞에서 혹은 죽느냐 사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인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비록 동물이지만 눈물겨운 독수리의 환골탈퇴가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