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떨림이 일렁이는 곳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장터를 떠돌다 우연히 만난 동이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가는 허생원의 심정을 그려놓은 듯한 이 대목은 소설《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이효석문화마을. 이곳에 가면 마치 소설 속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지천으로 하얗게 피어있는 메밀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이 끝나는 길목, 메밀꽃이 만개하는 이맘때면 매년 <효석문화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라 그 잔치마당을 더욱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봉평장터, 물레방아간, 이효석 생가터, 이효석 문학관, 가산공원 등이 있어 선선한 가을바람에 그윽한 꽃향기를 맡으며 거닐다 보면 절로 콧노래가 나옵니다. 그러다 문득 흐드러지듯 피어있는 메밀꽃을 바라보면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아련한 그리움이 일렁입니다. 떠나간 사랑이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든 그리우면 그리운 데로 아쉬우면 아쉬운 데로 새로운 떨림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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