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가사에는 겨울바다가 많이 나오지만 저는 가을바다를 더 좋아합니다. 뜨거운 여름날의 바다처럼 시끌벅적 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쓸쓸하지도 않은 게 딱 이맘때의 바다이지요. 계절이 주는 묘한 색채 때문인지 어렴풋한 냄새 때문인지 가을바다는 제게 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카사노바 같은 계절의 유혹에 끌려 자꾸만 감상 속으로 빠져드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길은 바다 앞에서 저토록 생생한 삶의 흔적을 펼쳐 보입니다. 마냥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려는 내 의식의 끈을 잡으려는 듯 말이지요. 넉넉한 자연의 품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제 속을 다 드러내고 햇살과 바람을 머금고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이 가을이 더욱 눈물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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