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이 무너지랴
우리 속담에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말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무엇이나 정성을 다한 일은 그 결과가 헛되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말이 “공든 탑도 무너진다”로 공공연히 사용되는 걸 들었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정성을 다해도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나 싶어 심히 헛헛함을 느꼈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속담과 다른 뜻으로 “공든 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라는 말이 있지요. 아무리 큰일이라도 작고 하찮은 일에 방심을 해서 계획했던 일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 작고 하찮은 일에 손상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몇 십 년을 회로하고 살았던 부부가 하루아침에 남이 되는 경우나, 둘도 없는 친구가 갑자기 등 돌리게 되는 경우 등… 인간의 감정이란 참으로 나약해 작고 하찮은 일에 상처를 받아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지요. 그런데 어느 기업의 경영자가 “공든 탑도 잘못 관리하면 무너진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든 일이든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틈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공을 들이는 탑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을 들이는 행위가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요. 세상이 빨라져서 그런지 요즘 사람들은 쉽게 포기합니다. 내 비위에 맞지 않으면 공연히 서 있는 탑을 탓하기도 하지요. 공든 탑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건 바로 그 순간입니다. 좀 지치고 힘들더라도 100년을 하루같이 공을 들인다면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코끼리도 10년 넘게 공들이니 말을 한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16년을 하루같이 자신을 돌보던 사육사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의 말을 흉내 낸 것이라고 하더군요. 코끼리도 이러할 진데 하물며 사람인들 어떻겠습니까. 지금부터라도 어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탑 한번 쌓아보는 건 어떠신지요? (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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