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생각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저는 잊혀져 가는 사람들에게 엽서나 편지를 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기운이 없을 때, 괜스레 우울해지거나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 이럴 때면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이들에게 소식을 띄웁니다. 그들이 나를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내가 지금 점점 숨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반면 이유 없이 기운이 불쑥불쑥 솟거나 괜스레 기분이 좋아질 때, 그럴 때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를 많이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답니다. 제가 연락이 오가지 않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제 편지를 받았을 때 어쩌면 잊었던, 혹은 잊혀져 가던 저를 다시 기억함은 물론, 그 편지를 읽는 순간만큼은 저를 생각할 테니까요. 그들은 저마다 바쁜 생활에 쫓겨 잠시 잊었던 옛 친구를 다시 따뜻한 가슴으로 맞아들일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제게 에너지를 충족시킨다고 생각한답니다. 조금은 엉뚱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어느 순간 모두 나를 잊어 간다면 얼마나 막막한 기분이 들지 말입니다. 생각만으로 세상에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것 같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전화나 메신저 혹은 메일로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시대에 너무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라고요? 저도 압니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단지 숨을 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기억 속에서 살고 가슴속에 남는 데에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훨씬 경쟁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여러분도 저처럼 한번 해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분명 행복한 일이 생길 것입니다. (2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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