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 형사의 부활
6년 전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를 맨 처음 봤을 때였다. 꼴통 형사 강철중을 보면서 묘하게 오버랩 되는 인물이 있었다. 80년대 희대의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던 소설 《인간시장》의 주인공, 어째 이름을 부를 때의 느낌마저도 비슷한 장총찬! 꼴통이라 치부되면서 좌충우돌 부닥치면서도 속 시원히 악의 무리를 해치우고야 말았던 장총찬이 왜 깡패 같은 열혈형사 강철중을 보면서 생각났을까?
《인간시장》을 쓴 작가 김홍신은 이 소설의 머리말에서 “이 책이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읽혀지지 않는 세상이 와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작가가 말하는 살기 좋은 세상과 거리가 멀었던지 그 후로도 영화는 물론 드라마로까지 제작 되었다. 그런데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잊혀져가는 인물이 되려나 싶더니 다시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가 나오면서 ‘강철중’이라는 캐릭터가 등장, 다시금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내재되어 있던 의협심에 불을 지펴놓은 것이다. 좀 꼴통스럽긴 하지만 만인의 적이라고 치부되는 극악무도한 악을 속 시원하게 끝장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각기 나름의 공공의 적을 떠올리면서 그들을 향한 활시위가 정당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기름을 부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또다시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2탄을 기대하던 관객들께 갑자기 형사에서 검사로 돌변한 강철중을 데려와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게 하더니 이제는 다시 꼴통 형사 강철중을 부활시켜 <공공의 적 1-1>이라는 오묘한 속편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돌아온 꼴통 형사 강철중이 다시 먹힐까?’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는데 <공공의 적>이라는 타이틀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과 묘하게 맞아떨어져선지 영화는 연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든 엉뚱한 생각은 ‘강철중’ 같은 형사도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가능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거, 거기다 이런 ‘똘끼’가 없어도 형사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거… 너무 야무진 꿈일까?
(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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