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 기름유출 사고가 있고난 후 새해를 맞았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경기도 이천의 대형 화재참사가 나고 그 후 3일간 연속 화재 소식을 접했다. 울산의 석유 송유관에서 불이났다는 소식, 연이어 대구에서 불이나 사상자가 생겼다는 소식, 거기에 진해 창천항에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되었다는 소식까지... 새벽 뉴스에 전해오는 소식들이 하나같이 연이은 비보들이 도대체 연초부터 왜 이러나 싶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갖가지 끔찍한 사고의 소식에 익숙해져야 했다. 지하철에서 방화 사건이 생기고 멀쩡했던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는 등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났다. 오래전이지만 1970년 4월 8일에 붕괴되어 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와우 아파트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 시장이 추진했던 시민아파트로 사고 이후 서울 시장이 경질되고 마포구청장은 곧바로 구속되었다. 착공한 지 6개월 만에 완공된 아파트가 준공한 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붕괴된 것이다. 끔찍한 사고 뒤엔 갖가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간발의 차로 화를 면한 사람의 이야기다. 아래는 당시 사고 후 모 일간 신문에 게재된 기사다.
와우 아파트 15동 401호에 살던 이영희(34·상업) 씨와 부인 오부자(29) 여인 장남 재호(3) 군 등 한 가족 3명은 7일 방을 도배해 놓고 13동 404호에 사는 처형 오선옥(37)씨 집에 가서 자다 화를 면했다. 그런가 하면 부상당한 허준양(19) 군은 14동의 김명선 씨 집에 하숙하다가 지난 3일밤 14동이 무너질 우려가 있어 고향 사람인 15동 106호 백현주 씨 집으로 대피해서 잠자다가 오히려 화를 당했다.
도배 덕택으로 살아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 확실히 ‘운’이라는 것은 실재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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