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엄마에 대해 말할 수 있어 행복한 남자

2me4you 2008. 1. 12. 20:02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남성 잡지 시장에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GQ KOREA>>의 편집장이자 감각적이고 감수성 충만한 글쓰기로 유명한 이충걸 씨가 마흔 해를 함께 살아오면서 느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퀴리 부인도 김활란 여사도 아니지만 어머니 스스로 지켜 온 사회적 양심과 고결한 책임의식, 미숙한 아들에게 보여주는 정직과 분별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이 책은 언제나 어머니 앞에서 잘난 척을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항상 어머니가 옳다고 생각해서, 속으로는 늘 어머니의 손을 들어 주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막내아들이 어머니는 늘 불안하다. 그런 어머니의 시선 속에서도 철부지 안들은 행복하기만 하다. 자신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단추 한 개를 달면 20원 주는 일을 해서 다 자란 아들에게 맛난 것을 사 주겠다는 어머니가 있어서 가슴 무겁도록 행복해한다. 그러나 평등한 시간의 흐름 앞에 어느덧 어머니도 늙어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그 막연한 두려움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깊은 우물 속 두레박처럼 철부지 아들에게 일상의 평화와 행복을 끊임없이 퍼 올려 준 대상인 어머니.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그런 어머니를 보호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수줍은 아들의 고백이 담긴 <<어느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는 바로 자신을 위한 선물로 되돌아온다.

 

"나는 이것이 어머니를 위한 나의 선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내가 더 많이 어머니를 축억하고 싶어 만든 책, 사실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 -서문 중에서

 

자식은 어떠한 경우에도 어머니를 상대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반성을 담은 이 책은, 읽는 이들에게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