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기름 사태를 보고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미약하지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지난 크리스마스날 태안에 갔었습니다. 새벽 6시 30분에 강변역 앞에서 만나 7시에 버스가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파도리 해수욕장이었지요. 카페에서 사람들이 모여 버스 3대로 출발했는데... 그날 함께간 분들 중 옆자리에서 같이 일하게 된 분들입니다. 연말연휴를 받아 쉬는 동안 봉사를 왔다는 사람, 이브 날 친구들과의 술자리로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었다는 친구, 유치원 선생님, 아들 딸 데리고 함께 오신 주부님 등 직업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오기로 한 젊은 친구는 결국 같이 오기로 한 친구가 지하철에서 잠드는 바람에 혼자 오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성탄절날 봉사를 오기로 맘 먹은 앳된 학생이 예뻐보였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해변에 인접한 바위를 닦고 있었는데 저 앞쪽에서 이리로 좀 와보라는 할아버지의 외침에 다가갔더니... 완전 자갈 밑에 유전이 나온것 처럼 기름이 흥건했습니다. 결국 그쪽으로 지원사격을 나갔지요. 할아버지께서 "오늘 이자리서 기름닦은 사람들은 제대로 기름 닦고 가는 것이여. 기름 닦으러 와서 이정도는 하고 가야 기름닦았다고 얘기허지. 바위 조끔 껄적거리다 간다고 기름 닦았다 할 수 있남?" 하시며 자리를 옮겨온 우릴 부추키셨지요. 그 말씀에 우리도 웃으며 "암만요 이정도는 닦고가야 어디가서 기름닦았네 하고 말할 수 있지요." 하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기름을 닦다가도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 기름 묻은 돌을 닦고 있자니 가슴이 참 막막했습니다. 바로 그때 지친 얼굴로 작업을 하시던 마을 할아버지께서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산유국이 되었댜? 돌만 들치면 기름이 펑펑 나오네!" 하고 외치셨지요. 그 말씀에 잠시 시름을 달래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이렇게 기름이 펑펑 솟으니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없겠구나" 하시는 말씀에 다시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기름이 잔뜩 묻은 시커먼 자갈을 보며 "이게 짜장면이믄 진짜 맛나는 색이여, 기름기가 자르르한 게 시커니 맛나겠구먼" 하시던 할머니의 말슴에 울다가 웃다가 하기도 했습니다. 힘든 일도 그렇게 웃음으로 이겨내고 계신 분들께 희망과 응원을 보냅니다. 물때가 있어 10시 넘어 시작한 작업이 3시가 조금 넘어 끝이 났지요. 자원봉사라곤 하지만 우린 고작해야 휴일이나 주말에 잠시 잠깐 하루나 이틀 혹은 사나흘 정도가 되겠지만 매일 바다에 나와 이 끝도 끝도 없는 듯한 작업을 하고 계신 주민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었습니다. 작업을 끝내고 버스가 정차해 있던 초등학교에 들어오니 휴일인데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고 있더군요. 아마도 부모님들이 모두 바다로 나가 기름을 닦고 있으니 아이들을 학교에서 받아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번 가서 보면 또 가게 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비록 다녀와서 감기가 걸려 고생을 했습니다만 다음달에도 다다음달에도 시간을 내서 또 가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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