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강의

마음의 거울 명심보감-김병조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2me4you 2008. 1. 9. 14:22
제가 조선대학교에서 명심보감을 강의한지가 10년이 다돼갑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한학을 하셔서 말년에 훈장님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기회가 있으면 훈장님을 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기회가 온 것이지요. 처음엔 평생대학원에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 지금은 초빙교수로 학부학생들에게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님께 어깨 너머로 배운 덕분에 뒤늦게 이런 큰 보람과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은 유불선 경전 중에서 후세에 교훈이 될 만한 좋은 구절들을 뽑아 놓은 책입니다. 원래가 798구절로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247구절로 축약해서 소개가 되었지요. 오늘 저와 함께 읽을 이 구절들은 798구절로 된 명심보감에서 뽑아온 구절입니다. 함께 읽으면서 그 뜻을 마음에 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明心寶鑑은 바로 마음의 거울입니다. 거울이 뭡니까. 자기의 몸가짐을 살펴보는 것인데 몸가짐보다 더 소중한 게 바로 마음가짐입니다. 이 마음가짐을 하루에 세 번 들여다보라는 것이 바로 일일삼성입니다.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서 내 마음이 옳은 마음인지 그른 마음인지 선한마음인지 악한마음인지를 가려서 화장을 고치듯이 마음을 고치라는 것. 이것이 바로 명심보감의 의의입니다.

僞善者는 天報 之以福하고 僞不善者는 天報 之以禍니라.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복을 받고 좋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재앙을 받는다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제가 어느 CEO 과정에서 강의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아침 7시가 강의시간이라 늦을까봐 갔더니 7분이 와 계시더군요. 명색이 방송을 하는 사람이라 한편으로 힘이 빠졌지만 또 한편으로 이분들이 내 강의를 들으려고 아침 일찍부터 잠도 못자고 서둘렀겠다 싶어 최선을 다해 강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강의를 들은 분께 강의 요청이 와서 한 회사에서 무려 14번이나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복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7명이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거저 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교훈이 바로 이 말 속에 담겨있습니다.   

道吾善者 是吾賊이오 道吾惡子 是吾師라. 나의 좋은 점만을 말하는 사람은 나를 헤치는 사람이고, 나의 단점을 얘기해 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는 뜻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소풍을 가서 전교생 앞에서 사회를 봤습니다. 학교에서 절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요. 그 후에 보는 선생님마다 한마디씩 다 칭찬하는데 단 국어 선생님 단 한분이 “어제 너 사회 보는 것 보니까 너는 위트는 있는데 유머는 없어.” 하시더군요. 그게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위트와 유머의 차이가 뭘까 고민하다가 결국 제 대학 졸업 논문이 ‘위트와 유머의 차이’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부모님들은 혼내주는 사람이 내 스승이라는 마음으로 내 아이를 혼내는 선생님을 여유 있게 대하셔야 합니다.

安分身 無慾이요 知機心 自閒이라. 안분이란 분수를 지켜서 흔들림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분수를 지켜야 욕됨이 없고 기틀을 알면 마음이 스스로 한가하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가진 것 보다 많이 쓰려고 하는 것. 그게 분수를 모르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각기 다 제 역할이 있습니다. 돈 있고 학벌 좋다고 자신이 할 일과 못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면 분수를 잃기 십상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티코 타야 하는데 벤츠타고 다니며 거들먹거리는 사람 되지 말고, 벤츠를 타도되는데 티코타고 다니는 멋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의식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식이 중요합니다. 저보고 누가 정치를 하라고 할 때면 저는 조선대 학생들에게 명심보감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옳은 길인지 얘기해 주는 게 내게 더 큰일이라고 말합니다. 분수를 지키며 산다는 것이 어렵지만, 이치를 알고 자기 자신을 지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복이 옵니다.

素書에 云하되 薄施 厚望者 不報하고 貴而 忘賤者 不久니라. 소서에 이르기를 적게 베풀고 많은 것을 바라는 자에게는 보답이 없고, 몸이 귀해 지고 나서 어려웠던 시절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그 귀함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사람이 노력은 많이 하지 않고 잘되기를 바라도 안 되고, 높이 올라간 후에 어려운 때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돈 벌어서 맨 처음 한일이 고향에 논을 산 것입니다. 12식구에 논 4마지기 가지고 사시면서 무시를 당하고 사신 불쌍한 우리 아버지 한 풀어드리려고 그랬습니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살아생전 늘 논두렁을 왔다 갔다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 논두렁을 지나 고향에 갑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립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얼마나 저를 예뻐하셨는지 감나무에 밑에서 감을 주워서 홍시는 저를 주시고 땡감은 할아버지가 드셨습니다. 어린 저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배가 고파서 땡감을 드셨을까 생각하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땡감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경치를 볼 때마다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우리 어머니 저를 꼭 공부시키라는 할아버지 유언을 지키시려고 눈물을 머금고 제 바로 위 누님에게 우리 형편에 둘을 같이 가르칠 수 없으니 동생을 위해서 네가 희생해라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곤 좌판도 없이 멀리 군산까지 가서 장사를 하셨지요. 저는 누님의 그 희생과 어머니의 고생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이 못 배운 우리 누님을 존경합니다. 저처럼 우리 누님과 같은 분들 덕분에 공부하신 분들 많으신 줄 압니다. 그분들을 희생과 노고를 절대 잊지 마십시오.

저는 학생들에게 아버지께 양말을 사드리는 것을 숙제로 냅니다. 아버지 살아생전 존경한다고 말씀 못 드린 게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어서 학생들에게 그런 숙제를 냅니다. 여러분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지위가 높고 돈이 많거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가까운 사람에게 존경받은 사람이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자식에게 진정으로 존경받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강의는 서울시 성동교육청에서 있었던 강의를 《당신이 축복입니다》에서 찾아가 듣고 축약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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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님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75년 코미디언으로 데뷔 후 MBC <일요일 일요일밤의 대행진>, <뽀뽀뽀>, <우정의 무대>, SBS <사랑의 공개홀> 등 수십 편의 방송 진행을 맡아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활동을 하셨습니다. 현재 조선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