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삽화
우리말에는 비를 일컫는 말이 참으로 많습니다.
안개비, 는개, 이슬비, 가랑비, 실비, 가루비, 보슬비, 부슬비
모두 가는 비를 일컫는 말로써 비의 굵기에 따른 서열입니다.
또한 날비, 작달비, 발비, 억수, 장대비, 줄비, 된비, 무더기비처럼
큰비를 일컫는 말도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소나기처럼 금세 그치는 웃비,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는 여우비,
먼지가 날리지 않을 정도로 오는 먼지잼,
센바람과 함께 섞인 비보라,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등
곱고도 아름다운 말들이 참 많습니다.
장마와 태풍이 찾아오는 여름이 오면
때론 심술궂은 비가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목마른 계절, 대지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비가 없다면
우리에게 여름은 더욱 견디기 힘든 나날이 될 것입니다.
올여름도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아, ‘비꽃’이 떨어지네!”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비록 날은 눅눅해도 마음만은 보송보송하기를,
흐린 하늘 뒤에 숨어있는 무지개처럼 영롱하기를 소망합니다.
(200807)